중국에서 정재흥 노춘희 선교사 소식

고창주목사님, 그리고 교우들께

 

저는 오랫동안 그린스보로 한인제일장로교회를 섬겼던 정재흥목사(정은경집사의 오빠)입니다. 그동안 고목사님과 모든 성도들의 기도를 인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들이 거하고 있는 곳의 특정상 자주 보고를 드리지 못하였음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희들의 사역과 이곳의 사정을 간단하나마 여러분들께 알려 드리고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있는 곳은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으로서 많은 북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기에 북한의 소식을 접할 수 있고, 그들의 필요를 알 수 있는 지역입니다. 언론을 통해 북한의 소식은 여러분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현재 북한의 사정은 만성적인 식량부족으로 해마다 그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식량 사정 때문에 북한 정부는 주민들이 중국에 있는 친척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락하였고, 지난 10 여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식량을 얻기 위해 중국으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철저하게 닫혀있던 북한의 문이 실상은 열리게 된 것입니다. 탈북과 더불어 정식 비자를 받고 중국으로 나온 사람들의 수가 약 30만 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외화벌이를 위해 나온 정식 국가 요원들, 친척 방문을 위해 정식 비자를 가지고 온 사람들, 그리고 탈북자까지 모두 저희들의 선교대상입니다. 그 중 가장 저희가 많이 만나는 사람들이 양식을 구하려 친척방문으로 중국으로 오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대개가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 시절에 만주로 이주했다가 다시 가족의 일부가 1960년 말까지 북한으로 돌아감으로 나누어져 중국과 북한에 가족이 흩어져 살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 사정이 나빠진지 이미 20년을 지나면서 올 때마다 도와주었던 중국의 친척들이 더 이상 이들을 도울 수 없게 되었고, 친지를 만나지 못하고 그냥 방치되어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친척방문을 위해 오는 사람들의 형편은 말 할 수 없이 열악합니다. 북한에서는 대개 여자들이 가정의 모든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남자들은 국가에서 정해 준 직장으로 출근을 하지만 일도 없고 물자가 없지만 그렇다고 출근을 안 할 수 없는 사정입니다. 일반 직장인들의 월급은 미화 80 cents 를 넘지 못합니다. 대개 여자들이 무슨 일이든 합니다.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하거나, 산을 일구어 내어 무엇이든 심고 식구들을 살려냅니다. 다행히 중국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은 북한에서 $300~$700 정도의 뇌물을 주고 여권을 만들어 중국으로 나오는데, 물론 집도 저당잡고 동네 사람들의 돈도 빌려서 준비합니다. 중국에 오면 무엇인가 얻어 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막상 중국에 오면 대개의 친척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미 여러 번 도와주었거나, 이사해서 주소가 없거나, 한국에 돈 벌러 갔거나, 알던 친척이 사망한 것입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중국에 와서 이들은 절망가운데 조선족들을 찾아가면 대부분 저희 같은 선교사들에게 인도됩니다.

 

저희는 그들에게 쉘터를 제공해 주고, 또한 양식이나 장사를 할 만한 물건들을 구해 주고 그들의 생계를 돕습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입니다. 한 번도 예수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이들과 대개 2주 정도를 함께 지내며 말씀을 전합니다. 때로는 3개월을 비밀 장소에서 성경공부와 기도훈련, 직업훈련까지 시키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수를 영접하고 세례도 받고 도움을 얻어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이러한 일은 북한 정부도, 중국 정부도 법으로 제재하고 있는 일입니다. 저들에게나 우리들에게도 늘 위험이 따르는 일이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지난 8월 21일에 저와 함께 사역하던 목사님 한 분이 북한 공작원에 의해 살해당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두부공장을 하던 분이었습니다. 저녁 6시 반쯤 번화한 거리에서 독침을 맞고 길바닥에 쓰러졌는데, 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얼마 되지 않아 숨졌습니다. 제가 제일 먼저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독이 온 몸에 다 퍼졌고 심장이 멎었습니다.

 

그런데 이 독은 특수한 독이라 금방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켜 죽게 한 후, 12시간 후에는 몸 안에서 독이 저절로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중에 부검해 보아도 독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처음에 병원에서는 독극물로 죽었음을 확인했고, 손과 얼굴도 까맣게 되었는데 부검할 때는 몸이 하얗게 되었던 것입니다.

 

사실 저와는 사소한 일로 관계가 끊어지기는 했지만, 그분이 북한을 향한 마음은 얼마나 뜨거웠는지 모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하나님께서 북한선교의 마음을 주셔서 지금까지 열정을 다해 북한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왔지만, 결국 그들에 의해 살해되었던 것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위험한 상황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통해 주님의 일을 하고 계심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선교사들이 이런 위험을 무릎 쓰고 지금도 여전히 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중국에 와서 복음을 듣고 간 사람들의 수를 짐작할 수도 없을 만큼 많습니다. 실제로 돌아가서 성경공부를 하고 온 것이 발각되면 감옥에 가거나 공개처형에 처해진 사례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고통 받는 저들과 함께 계시고 여러 가지 길을 통하여 지금도 믿는 자들이 더 많아지고 있음을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 듣고 있습니다.

 

북한 안의 사정이 나빠질수록 빈부의 차가 심해지고, 사람들이 악해지며, 뇌물이 아니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던 강퍅한 사람들이 중국에 와서 하나님 말씀을 듣지만 여전히 거짓을 일삼고 선교사들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어 저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또한 저들이 돌아가서 신앙을 지킬 수 있을지도 염려가 됩니다.

 

중국에 와서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고 성경공부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새로운 후계자 김정은은 강력한 대응을 하기위해 친척방문을 어렵게 만드는 법을 만들었고, 또한 비밀 요원들을 시켜 친척방문 중인 사람들과 선교사들을 감시하며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어찌될지 예측하기 어려우나 계속하여 복음이 흘러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막히지 않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번에 몇 가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는데, ① 매일 빵과 과자, 그리고 누룽지를 만들어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일인당 약 200kg 정도를 보내는데 많으면 하루에 7~8명, 적으면 3~4명 정도 가지고 갑니다. ② 북한의 여자들이 중국으로 팔려와 중국 사람들(대부분 장애인들이나 가난한 농촌의 나이 많은 남자들)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었지만 그들은 중국정부에서 인정하지 않아 호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경찰에 발각되면 즉시 북한으로 보내지게 됩니다. 우리는 그들을 ‘평강공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은 대부분 그냥 방치되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을 양육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조선족 지도자를 세워 그들을 돌보면서 그들이 중국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으며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늘 부족하지만 기도해 주시고 물질로 협력해 주심으로 지금까지 왔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로 함께 선교사역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기도제목

1. 모든 선교사들의 신변의 안전과 영육 간에 건강을 위해

2. 식량과 함께 복음이 북한에 잘 들어갈 수 있도록

3. 평강공주의 자녀들의 양육을 위하여

4. 교육받은 사람들이 돌아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신앙을 지킬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