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리아 김봉춘 최숙희 선교사 소식

몽골에서 보낸 여름 에세이

최근에 집을 학교 근처로 옮길까 고려 중입니다. 짐을 정리할 생각을 해 보니, 그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들이 수도 없이 구석 구석에 파묻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요긴하게 사용하겠지……’ 했던 것인데 결국 무려 6-7년 사용하지 않은 것도 있었습니다. 이제서야 먼지에 수북이 덮힌 채로 발견했다는 것이 참으로 아쉽고 후회스러웠습니다. 쌓인 먼지만큼 나의 욕심도 쌓였었다는 부끄러움. 그래서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들을 이번에 과감히 치우기로 했습니다. 필요한 곳에 슬쩍 건네주면 그 곳에서 요긴하게 사용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마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실 때도 그런 목적이었을 것입니다. 어딘가 요긴하게 사용하시려고 달란트도 주셨고 소명도 사명도 건강도 가족도 직장도 주셨을 겁니다. 그런데 저도 살다보니 그런 달란트나 소명이 다 구석에 구석에 박힌 채 먼지에 덮혀 오래도록 그냥 그렇게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구석에 박힌 나의 달란트를 내놓고 주께서 필요한 곳에 사용토록 바치겠습니다.

몽골 연합신학교를 비롯한 여러 성경학교들이 한 곳에 모여 친선체육대회를 가졌습니다.
처음에 한 곳에서 시작한 것이 이제는 선교사마다 교단마다 신학교의 필요성을 주장하여 여러 군데의 신학교육기관이 설립되었습니다.
회사였다면 경쟁을 통한 상호발전의 기회이겠지만, 신학교는 오히려 신학의 질을 낮추는, 그리하여 고객인 몽골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질 낮은 상품(신학)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끄러움이 들었습니다.

2002년 처음 보르노르 교회에서 만난 부부 토야(위 여성)와 공가(가운데)가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연합신학교 4년과정을 마치고 2년간의 단독목회 훈련을 통해 평생 그리스도를 전하는 삶을 살겠다고 헌신의 결단을 하면서 안수자들과 나란히 섰습니다. 몽골의 4번째 안수식입니다.
이번에 17명이 안수를 받게 되는데 몽골의 기독교의 미래가 이 분들에게 있습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니’라는 말이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주에 한국 광양의 한 교회에서 오신 분들이 자신들의 교회가 103년 전에 선교사에 의해 설립되었다고 하면서도 그 교회의 설립자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나의 모습이었습니다. 보르노르교회의 교인들이 100년이 지난 뒤에 누가 나의 이름을 기억이나 해 줄까요. 나보다 이 부부를 더 기억할 것입니다.

공가와 토야 부부가 안수 받는 날, 많은 교인들이 울란바타르로 와서 안수를 축하하였습니다. 이 사진에 있는 한 사람은 공가와 토야와 사이가 안 좋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날은 그도 와서 축하해 주었습니다. 부디 이 두사람을 통해 보르노르가 행복한 마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공허한 마을에서 행복이 풍성한 마을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 보르노르 교회용으로 봉고차를 한 대 구입하였습니다. 이 차량의 용도가 기대됩니다.
공가 목사에 의해 교회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것입니다. 때로는 전도팀들이 타고 다니기도 할 것이고 때로는 교회가 먼 곳에 사는 사람을 데려오기 위해서도 사용될 것입니다. 때로는 보르노르 주민들의 감자나 우유를 시내로 옮겨오는데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도시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용되기도 할 것입니다. 어쨎거나 이 차를 통해 보르노르 사람들이 다 행복한 기회를 만나면 좋겠습니다.

여름의 몽골은 아마 피서지로나 관광지로나 어느 지역에 못지 않은 낭만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더 몽골이 멋있는 것은 들꽃입니다. 누가 심거나 가꾸지 않았는데 저절로 심겨지고 자라나는 예쁜 꽃들입니다. ‘예쁜’의 최상급은 뭘까요? 이런 들 꽃을 보면서 그런 최상급의 단어를 떠올려 보지만 아직 한국어에는 그런 최상급이 없나 봅니다. 몽골어로는 ‘아이메르(놀랍도록)’라는 말이 최상급 형용사를 표현할 때 사용합니다. 그래서 몽골은 ‘아이메르’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몽골에서 김봉춘